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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프로에 진출할 때는 모든 선수들이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이나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 같은 스타로 성장하길 꿈꾼다. 하지만 V리그의 스타 선수는 타고난 재능에 피나는 노력, 그리고 적절한 행운까지 더해진 선택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다. 오히려 많은 선수들이 프로의 높은 벽을 깨닫고 조기에 코트를 떠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이소라(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김유리(GS칼텍스 KIXX) 등은 어린 나이에 한 차례 코트를 떠났다가 프로무대로 복귀한 바 있다. 어린 나이에 프로를 떠나는 선수들 중에는 다른 직업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실업팀에서 활동하며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 그래야 프로 재취업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애초에 학창시절부터 소위 말해 '밥 먹고 해왔던' 가장 잘하는 분야가 바로 배구이기 때문이다.

KGC인삼공사의 리베로 오지영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오지영은 도로공사 시절이던 2011년과 2016년 두 번에 걸쳐 임의탈퇴 선수로 등록되며 은퇴 위기에 놓인 바 있다. 하지만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리베로를 잃은 인삼공사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었고 지난 21일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해 축제를 마음껏 즐겼다. 소속팀조차 없었던 1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오지영 앞에 펼쳐진 것이다.

신장의 한계와 쟁쟁한 선배들, 그리고 두 번의 임의탈퇴

전주 근영여고 출신의 오지영은 1라운드 4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오지영은 수비와 서브가 뛰어난 괜찮은 레프트 자원이지만 프로에서 대성하기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170cm에 불과한 작은 신장이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장윤희 같은 단신 선수들이 뛰어난 운동능력과 근성을 앞세워 특급 공격수로 군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터들마저 180cm가 넘는 장신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에는 170cm의 단신이 공격수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오지영은 수비의 장점을 살려 리베로 변신을 노려 봤지만 도로공사의 주전 리베로는 훗날 '미친 디그'로 불리게 되는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었다. 결국 오지영은 원포인트 서버와 수비강화를 위한 교체 선수로 간간이 코트에 들어왔을 뿐 입단 초기에는 코트에서 공격을 시도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오지영은 2010년 올스타전에서 스파이크 서브퀸 대회에 출전해 시속 95km의 강서브를 날리며 우승을 차지하는 등 한정된 역할 속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원포인트서버로 대표팀에 선발돼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하지만 오지영은 2011년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나며 처음 임의탈퇴선수로 등록됐다.

2012년 1년 만에 팀에 복귀한 오지영은 2013-2014 시즌까지 리베로와 레프트를 오가다가 2014-2015시즌 후반기 드디어 주전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2015년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김해란이 후위공격을 시도하다가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뜻밖의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오지영은 후반기에 김해란의 공백을 잘 메우며 도로공사의 2번째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했고 시즌이 끝난 후엔 결혼식을 올려 '품절녀'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임명옥 리베로가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오지영은 다시 원포인트 서버로 밀려난 채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오지영은 2015-2016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지만 원소속팀 도로공사를 포함해 어떤 구단으로부터도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 받지 못했다. 그렇게 오지영은 또 한 번 원치 않는 이유로 코트를 떠나게 됐다.

서남원 감독의 부름으로 1년 만에 코트 복귀해 새 팀에서 맹활약
 

 
       
 


오지영은 한 시즌 동안 쉬면서 남편의 지인이 준비하는 카페에서 일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공을 만지던 손으로 커피를 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배구와 동 떨어진 1년을 보내던 오지영은 작년 6월 인삼공사의 서남원 감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리베로가 필요했던 인삼공사에서 임의탈퇴가 해제된 오지영과 김해란의 보상 선수로 지명한 유서연의 1: 1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것이다.

도로공사 시절 김해란의 그늘에 가려 주전으로 뛰지 못했던 오지영이 이번에는 김해란의 이적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역으로 복귀했다. 주전 경험이 거의 없는 박상미를 제외하면 사실상 리베로 자원이 없는 인삼공사에서 오지영은 곧바로 주전 리베로로 낙점 받았다. 그리고 오지영은 전반기 인삼공사가 치른 20경기 77세트에 풀타임으로 출전하며 1년의 공백이 믿기지 않는 대활약을 펼쳤다.

오지영은 전반기 리시브(세트당 3.03개), 디그(세트당 5.81개) 부문에서 각각 3위, 리시브와 디그를 합친 수비 부문에서는 도로공사의 임명옥(세트당 9.00개)에 이어 2위(세트당 8.83개)에 올랐다. 비록 큰 차이는 아니지만 오지영의 바로 아래인 수비 3위에는 오지영이 한 번도 넘을 수 없었던 김해란(세트당 8.73개)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지영의 전반기 활약이 얼마나 눈부셨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지영은 이번 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올스타 본경기에 참가했다(2009-2010 시즌에는 스파이크 서브퀸 대회에만 참가). 리베로의 공격이 허용되는 올스타전에서 오지영은 공격 득점을 기록한 후 단독 댄스 세리머니로 관중들을 즐겁게 했고 작전 타임 때는 이정철 감독 대신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동료들과 함께, 배구팬들과 함께 생애 첫 올스타전을 제대로 즐긴 것이다.

오지영의 소속팀 인삼공사는 전반기 승점 27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4라운드에서 4승1패로 상승세를 타긴 했지만 아직 3위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이는 9점이나 된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를 떠나 이번 시즌 중반 이후 인삼공사가 보여준 투지는 이미 많은 배구팬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방황을 끝내고 돌아와 끈끈한 수비와 조직력을 자랑하는 인삼공사의 주전 리베로로서 생애 첫 전성기를 맞고 있는 오지영 리베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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